싱글맨 A Single Man



2월의 뉴욕. TV뉴스에서 뉴요커들은 눈이 지겹다고 한다. 폭설이 계속 내리기 때문이다. 도심은 그래도 눈이 쌓이지는 않아서 걸을만 하다. 42번가를 걷다가 극장에 들어간다. 대도시 번화가 극장이라고 하기에는 좀 썰렁하고 살짝 후졌다.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보기로 결심한다. 정보를 아는 영화가 없어서 철저히 포스터를 보고 선택했다. 언 에듀케이션과 싱글맨 중 선택해야 한다. 줄리안 무어와 콜린 퍼스가 누워 있는 폼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싱글맨. 콜린 퍼스가 게이로 나올 줄. 양복과 뿔테 안경이 저렇게 잘 어울릴 줄. 톰 포드가 감독일 줄. 콜린 퍼스를 유혹하는 청년이 어바웃어보이의 소년일 줄. 그 소년이 자라서 앙골라 셔츠, 흰 바지, 갈색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청년으로 변했을 줄. 니콜라스 홀트가 콜린 퍼스를 바라보던 클로즈업 샷은 잊혀지지 않는다. 칙칙한 극장 분위기와 달리 스크린 속의 영상은 충분히 눈을 호사시킬만 했다. 줄리안 무어의 이상한 여자 연기도 한 몫 거들었다.

극장에서 나오니 어둠이 내렸다. 거리는 네온사인으로 눈부시다. 들어갈 때와 달리 발걸음이 가볍다. 춥다. 맛있는 저녁을 사서 호텔로 직행해야겠다.



0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