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헬싱키의 겨울. 이방인의 겨울을 좀 더 추운 것 같다. 나는 왜 이 순간 여기에 있을까? 크고 작은 수많은 선택의 결과이다. 내가 품은 욕망의 에너지가 나를 여기까지 몰고 온 것이다. 저녁을 먹고 산책겸 광장으로 나와 커피숍에 들어갔다. 북유럽의 커피숍. 창 가에 앉는다. 건너편에는 백화점이 보인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 책을 꺼낸다. 이클립스. 무서운 내용은 없지만 괜히 오싹하다. 공항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본 집들이 생각난다. 파스텔톤의 연립 주택들. 어디서 많이 본듯 했다. 랫미인. 이 어딘가에 오스칼과 이엘리가 살고 있을 것 같다. 스웨덴 영화였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헬싱키도 상당히 비슷해보인다. 그들이 스웨덴에서 탈출해 지금은 핀란드에 와서 정착했을지 모른다. 헬싱키 어딘가에서 살면서 나같은 이방인의 피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왜 헬싱키 한 복판에 와서 뱀파이어 소설을 읽고 뱀파이어에게 당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걸까? 아니 이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일단 안전한 호텔로 빨리 들어가서 오늘밤은 다시 나오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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