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 설날 특집 영화. 그녀. OS 사만다를 사랑하는 테오도르의 삶이 복고적 미래같은 현실 속에서 그려진다. 매력적인 아내 루니 마라보다는 허스키하고 친근한 보이스 스칼렛 요한슨에게 끌린다. 이미 컴퓨터 운영체제에 20년이 넘게 길들여지면서 살아서인지.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다는 게 그렇게 신기하지는 않다. 항상 새롭게 진화하는 운영체제. 영화에서처럼 미세한 감정까지 표현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데이트 상대가 될 수 있다. 단 동시 접속 데이트를 하고 여러 사람과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상대를 소유하고픈 인간의 욕망만큼은 만족시킬 수 없을 듯하다.
애플 파이부터 시작해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젤리빈, 킷캣, 롤리팝까지 안드로이드는 음식명 운영체제를 계속 출시하고 있다. M으로 시작하게 될 다음 운영체제은 뭘까? 작년 애플 OS 요세미티 출시 전. 그 소식을 듣고 출시 날짜를 기다리면서 설레었던 기억이 있다. 항상 새로운 세계를 선사해주는 운영체제. 적당한 간격으로 혼란과 적응을 반복하게 하면서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그 안에 갇혀 사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답답함보다는 어디까지 발전할까 막연한 호기심이 더 큰 편이다.
가까운 미래에 OS와의 사랑처럼 새로운 형태의 O2O(online to offline) 감정 관계가 등장할 것이다. 아니 이미 우리는 사람이 아닌 사물과 깊은 감정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관계에서 상대의 종류나 유기체 여부보다는 얼마나 진정성이 있고 개인에게 의미가 있는가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스파이크 존즈는 미셀 공드리와 함께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주변에서부터 중심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다. 스파이크 존즈의 창작 스타일이 궁금하다면? 그의 광고, 단편, 뮤직비디오, 장편 영화까지 한 번씩 쭉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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