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기다림 속에는 약간의 설렘과 지루함이 꼬여있다. 아이폰을 충전하면서 기다린다. 드디어 비행기가 뜬다. 암스테르담에 간다. 이륙하는 순간 최면에 걸린 듯 잠이 든다. 고도가 안정화 되면서 다시 잠에서 깬다. 영화를 본다. 안녕 헤이즐. 우울하지만 우울해하지 않고픈 헤이즐. 개념있는 남친 거스를 만나서 덕분에 좋아하는 책의 작가를 만나러 암스테르담에 간다.
나보다 비행기가 늦게 뗬는데 벌써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배를 타고 수로를 돌아다니고 멋진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고 남친과 로맨틱함을 극대화하는 중이다. 이윽고 그들은 고대했던 작가 피터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피터는 인생이 때론 얼마나 괴팍한지 맘대로 되지 않는지를 험악한 표정과 말투로 증명해 보인다. 어린 영혼들의 희망을 단숨에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윌리엄 데포, 잠깐의 출현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이다.
암스테르담에 갈 때와 달리 돌아온 후 그들의 몸과 마음 은 다시 힘들어진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원제처럼 그들에게 잘못은 없다. 그들이 암에 걸리게 된 것도, 암이 재발해서 퍼지게 된 것도, 어린 나이에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남은 인생을 최대한 의미있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사회가 해야할 일인 것 같다.
짧은 머리, 동화같은 헤이즐의 얼굴. 제목이 안녕 헤이즐인 이유이다. 오드루 또뚜의 아멜리에처럼 주인공의 깜찍한 엉뚱함을 보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즐거움이다. 겨울비 내리는 암스테르담. 비를 피해 담광장의 스타벅스에 들어간다. 카페라떼와 몽롱함과 함께 멍때리기를 시작한다. 그들도 여기에 들렀을까? 헤이즐이 했나? 거스가 했나? 한 대사가 생각난다. You gave me for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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