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영화를 본다. 거의 반 년만이다. 따사로운 햇빛 아래 꽃들이 망울을 터트리는 봄날. 짱과 함께 집 근처 CGV에 간다. 영화는 이태리 북부 어딘가라는 자막과 함께 2미터 가까이 되는 아미 해머가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아미 해머. 소셜 네트워크 때문에 부자 엘리트 미국인 이미지가 강해서 뭔가 로맨틱한 상상을 저해한다. 과연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와 올리버(아미 해머)가 어떻게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결국은 헤어지게 될까? 몹시 궁금해하면서 두 시간이 넘게 영화에 집중한다.
이탈리아 영화는 언제나처럼 공간적인 배경 자체가 또 하나의 배우처럼 완벽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떨어지는 눈부신 햇살 아래 오래된 건축물, 나무와 호수 그리고 여름날의 나른함 속에서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마지막 둘 만의 여행에서 언제 서로에게 처음 끌렸는지 애기하는 장면은 정말 간지럽기 짝이 없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벅차오르는 하나가 되어버렸다.
티모시 샬라메는 토탈 이클립스에서 랭보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싱글맨의 니콜라스 홀트를 연상시킨다. 영화 속에서 이태리어, 프랑스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해서 유럽 출신 배우인 줄 알았는지 티모시는 뉴욕에서 나고 자란 뉴욕 토박이다. 이 청년, 앞으로 꽃 길을 걸을 것 같다. 미국의 주류 배우가 되어서 적당히 살아가기 전에 그의 나른한 청초함을 다른 영화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스타그램에 백수로 돌아갈래를 해시태그를 걸은 지 6개월 만에 백수가 되었다. 4월의 따뜻한 햇살 맞으며 집 앞 공원에서 마이크로 산책을 한다. 햇빛이 눈부시다. 정신이 몽롱하고 나른해진다. 집에 가서 낮잠을 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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