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Spotlight


섬 안을 헤매었다. 선착장은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데 가는 길이 안보인다. 해안 주택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다시 큰 길로 돌아가려니 좀 막막하다. 그 때 나무 숲 사이로 선착장을 향한 조그마한 길을 발견한다. 잘하면 선착장까지 이어질 것 같다. 그런데 왠지 두려워진다. 길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 곧 어두워질텐데. 짐승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누군가 지나가긴 한 것 같은데 쉽게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생각한다.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스포트라이트. 진실을 파헤지는 기자들의 열정을 최고의 배우들의 조합으로 빚어냈다. 진실을 향해 가는 길. 그 길은 멀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처음에 발을 내딛는 순간에는 정의로움에 흥분하게 된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진실은 멀어지려 한다.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추적자는 외로워진다. 진실을 외면하는 권력과 자본.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하나둘씩 포기하기 시작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추상적이고 어려운 질문이지만 성당 신부의 어린이 성추행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간단할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매우 간단하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 저질렀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인데 왜 성당의 신부한테는 관용을 베푸는 것인가? 더군다가 예전에는 처벌이 교구를 변경하는 것이었다. 성범죄자에게 새로운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성직자의 6%가 아동과 성접촉을 한다고 한다. 어린이 성추행을 목적으로 신부가 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성추행의 대상은 당신이나 당신의 자식일 수도 있다. 성추행 성직자들은 교회 법정에서 성직을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법정에 서서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그들은 단지 성범죄자일 뿐이다. 부모라면 성당에 아이를 혼자 보내는 일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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