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Nachtzug nach Lissabon

아쉽다. 마음이 완전히 움직이지는 않는다. 책을 보지는 않았지만 원작 언어의 아름다움을 영화가 다 담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권에 항거하여 의사와 약사 친구가 레지스탕스를 하던 시절.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정을 같이 했던 두 청년. 결국 한 여자 때문에 서로의 인생에서 영원히 멀어진다. 그들이 한국의 X세대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여자 문제가 아닌 의약분업 문제로 서로 다투다가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되었거나 리베이트를 주고 받는 개업의사와 제약회사의 로비스트로 끈끈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독재정부는 없지만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물질이 정신을 파괴하고 인간의 관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가? 물질의 독재에는 무엇으로 저항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레고리우스의 대사가 생각난다. "지겹다고 말해주지 않아서 고맙다.... 인생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사람이든 인생이든 지겨운 것은 참을 수가 없다. 가진 것은 없지만 절대 지겹운 인생은 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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